[짧은 후기] 중경삼림 2부: 페이와 663의 이야기

Created
4/12/2021, 11:50:00 AM
Time
2 minutes read
Theme
영화
Type
단문
Status
Post
2부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제일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일 수 있는데, 나는 처음에 크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불법으로 주거침입을 한 여자주인공 때문이었다. 집을 663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자주인공이 663의 마음의 불청객이지만 점점 스며들고 있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663에 대한 여자주인공의 이상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바꾸게 해준 장면이 663의 집이 페이가 틀어놓은 물로 홍수가 났을 때이다. 663은 '이 방은 점점 감정이 생겨난다. 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울 줄은 몰랐다. 사람은 휴지로 끝나지만, 방은 일이 많아진다.'라고 한다. 이별 후 자신의 마음을 흠뻑 젖은 방에 대입하고, 이 방을 치우는 것만큼 마음을 정리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 장면 이후로 페이의 주거 침입은 한껏 대범해지지만, 이상하리만큼 이질적이지 않다. 방은 663의 마음이고, 그곳에 들어가는 페이는 663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호감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90년대의 노래들과 여운이 흘러넘치는 배경음악, 거기에 왕가위의 화려한 미장센이 함께하니 페이의 주거침입은 합법적인 애정표현으로 보인다. 화양연화도 그렇고, 왕가위는 이렇게 사람 간의 보편적인 선을 화려하게 부수는 것 같다.
663의 집에 몰래 들어가 소파에 앉아 왕가위의 모형 비행기를 가지고 놀고 있다.
또 인상깊게 본 장면은 페이가 일하던 가게를 663이 인수하고 그곳에서 둘이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둘의 첫 만남처럼, 가게에는 Calfornia Dreamin' 이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고, 둘은 노래 위에서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대화가 잘 되지 않자 663은 노래를 끄고는 1년 전에 받은 편지처럼 비행기표를 다시 그려달라고 한다. 이 때 페이는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663의 대답은 '아무데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라고 한다. 얼마나 로맨틱한가.
사실 이 장면이 더 크게 기억이 남는 이유는 The Mamas & The Papas의 California Dreamin'이라는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인데, 이 노래는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노스텔지어적인 느낌이 너무 좋아 한동안 노동요로 듣기도 하였다.
이것은 중경삼림에 나오는 버전이고,
요것은 원오할에 나오는 Jose Feliciano가 부른 버전이다.
중경삼림은 이야기의 깊이나 마음의 울림보다는 감독의 연출과 노래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연출과 향수가 묻어나는 노래 선택으로 중경삼림은 내가 아저씨가 되어도 90년대의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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