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면접 이야기에 앞서...
코로나로 인해서 전산과 대학원 입시 절차 1차 서류과정 이후에 있는 코딩 테스트를 치루지 않고 바로 면접으로 넘어가도록 바뀌었다. 면접은 역시 비대면으로 줌을 통해서 치루는데, 서류과정을 합격한다면 면접실 링크가 주어진다. 면집실은 총 3개로, 각 면접실의 면접대기시간과 시작시간이 주어진다. 꼭 대기시간에 줌 링크를 들어가야 하고, 시작시간 즈음이 되면 면접실의 교수님께서 소회의실로 부르고 면접을 시작한다. 대기시각과 시작시각의 간격은 약 15분이고, 앞선 면접들이 빨리 끝난다면 면접을 일찍 칠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서 각 면접실을 담당하는 조교가 대기사각이 다가오면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여 상황을 알려준다!
면접을 볼 때 단정한 옷차림과 왼쪽 가슴팍에 출력된 수험표를 달아야 한다. 나는 급한대로 아버지의 양복을 택배로 받아 입었다. 그리고 기숙사에 살고 있던 나는 룸메이트에게 양해를 구한 뒤 기숙사방에서 보았다.
우선 면접에 앞서 내가 준비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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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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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P에 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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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1차 서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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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는 천문, 저학년에는 양자역학을 하다가 전산학을 하게 되었는지 (1차 서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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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당 연구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1차 서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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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왜 하고 싶은지 / 대학원에 왜 오고 싶은지 (1차 서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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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기억에 남는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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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휴식의 경계
이 글에 나의 면접 질문들을 최대한 많이 복기해보았다. 자세한 답변은 적지 않았고 대신 그때의 상황들을 주로 서술했다. 곧 면접을, 그리고 앞으로 면접을 칠 분들이 아래의 복기본을 보고 면접 분위기를 미리 알아가는 등의 도움이 되면 좋겠다.
1차 면접: A, B, C 교수
B: 준비한 자기소개 있으면 해주세요~
30초 정도동안 자기소개 했다.
B: 보니까 URP(학부생연구프로그램)를 하고 있으시네요? 혹시 하고 있는 URP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URP 주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내가 URP로 연구한 분야는 레이 트레이싱 (세부적으로는 path tracing이라고 부른다)에 딥러닝을 적용하여 가속화하는 것이다. 특히 나의 연구분야는 딥러닝을 레이 트레이싱의 결과물에 post processing으로 추가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의 현재 연구 분야의 한계부터 해서 내가 시도한 부분들, 그리고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를 대강 말씀드렸다. 이 부분에서 B, C 교수님들이 왜 딥러닝을 post processing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레이 트레이싱 과정 사이에 딥러닝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를 물어보셔서 해당 연구들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B: 계속해서 렌더링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연구들을 말씀하시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기본적인 딥러닝 기법들만 적용되었다면 현재의 continual learning, contrastive learning같은 새로운 기법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운이 좋게도, 현재 연구실의 레이 트레이싱에 contrastive learning나 RL을 통해 가속화하는 연구가 탑 컨퍼런스에 기재되었다. 이에 대해서 설명하였고, 앞으로도 이보다 더욱 sophisticated한 기법들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석사동안 새로운 딥러닝 기법들을 적용하여 레이 트레이싱의 성능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C: 그래픽스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럼 혹시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해 아시나요?
다른 교수님의 기습 질문이었고, 사실 메타버스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바로 모르겠다 말씀드렸고, C 교수님는 대충 그 개념을 설명해주셨다. 듣고보니 AR, VR과 매우 밀접했고, 후에 열심히 검색해보니 페이스북이 실제로 차세대 소셜 네트워크 느낌으로 열심히 밀고 있는 분야였다. 그렇게 받게 된 다음 질문.
C: 메타버스나 AR, VR에 크게 관심이 없나봐요?
그냥 솔직하게 관심 없다고 말씀 드렸다. 그 이유로는 내가 경험한 많은 그래픽은 평면 화면에서의 영상물이여서 이러한 영상물의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을 만드는 연구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비슷하게 AR, VR에서의 사실적일 렌더링 연구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씀드렸다. 결과적으로 나의 목표는 사실적인 렌더링이라고 하였다.
B: 덕업일치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앞으로 할 일들은 업인가요, 취미인가요?
앞선 질문들보다 이런 질문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나보다 못해도 두배는 더 사신 분들 앞에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래서 최대한 귀엽게(?) 보이려고 context-switching의 cost가 적은 훌륭한 preemptive & work-conserving scheduler가 되는게 목표라고 말씀드렸다. 자잘한 부연설명도 했는데, 교수님들이 그냥 귀엽게 봐주신 것 같다.
C: 대학원에 와서는 어떠한 연구를 하고 싶나요?
우선은 레이 트레이싱의 가속화를 위해 딥러닝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말씀드렸다. 그 다음엔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물리 기반 렌더링과 뉴럴 렌더링이 요즘 쌍으로 각광받고 있는 요즘, 이 둘의 융합을 목표로 한다고 말씀드렸다. 이미 제출한 자료에도 있는 내용이어서 짧게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는 그럼 윤성의 교수님 연구실에 관심있냐고 물으셔서 꼭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B: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왜인지 아무말도 안하고 가는 것이 아쉬워서, 제일 인상깊게 들었던 연구학개론 수업을 말씀드렸다. 거기서 연구란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그래서 대학원 생활과 연구가 기대된다고 말씀드렸다(아직 합격도 안했는데?). 그랬더니 B 교수님이 내가 본인 특강을 들었다는 것을 기억하셔서, 자기 강의가 인상깊은 강의가 아니었다니 아쉽다고 하셨다(아 이게 아닌데).
이렇게 첫번째 면접은 끝! 그런데 다시 질문들을 보면 'A 교수 질문은 무시한건가?' 싶을 정도로 A교수님 언급이 없는데, 나는 A교수님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나한테 궁금한게 없으셨나보다. 30분정도 유튜브를 보다가 두번째 면접 대기실로 들어갔는데...
이게 보통 면접 대기실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되면 면접진행조교에게 전화가 온다. 나는 유튜브를 보다가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받음과 동시에 링크를 들어갔다. 링크를 들어가는 동안 조교님께서는
앞 면접들이 일찍 끝나서 학생분이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면접이 시작할거에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면에는 교수님들이 보였고, 나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두번째 면접 시작..!
2차 면접: D, E, F 교수
면접에 들어가자마자 E교수님이 눈에 들어왔는데, 내가 충동적으로 수강했던 컴파일러 설계 수업의 교수님이었다. 그냥 재미로 듣기도 했어서 복습도 하지 않았는데...
E: 자기소개 해주세요
또 자기소개...
E: 제 컴파일러 설계 수업을 들었네요? 혹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었나요?
아뿔싸... 기억에 남는게 플젝 때 내가 했던, mini-C를 위한 문법 짜기 및 파싱하기 였어서 이 부분을 말씀드렸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단순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E: 제일 자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무엇인가요?
바로 파이썬이라고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4학년동안 딥러닝 수업만 엄청 들었다보니 파이썬, 그리고 무엇보다도 numpy랑 pytorch에 자신있다고 말씀드렸다. 그 다음으로 자신 있는게 또 무엇이냐 여쭈시길래 c++이라고 말씀드렸다. 엄청 자신있진 않은데, 렌더링 프레임워크들이 다 c++ 기반으로 짜여 있어서 수정하면서 많이 알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E: 자바는요?
나는 현재 자바의 J자도 모른다. 자바는 3학기에 들은 데이타 구조 수업 때 사용한 이후로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고 개발도 백앤드와 DB만을 위주로 접해서 자바스크립트에 대해서 하나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솔직하게 하나도 모른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정말 놀라시면서 '자바를 몰라요? 한번도 안써봤어요?' 라고 다시 질문하셔서 수업 때 한번 사용해본 것이 다라고 말씀드렸다. 다시 한번 교수님의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을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뭐 어때? 자바 못한다고 떨어뜨릴 거 아니잖아..?
E: 그럼 개발은 잘 하나요? 개발 경험 많아요?
여기서 선뜻 잘한다고 하지 않았다. 경험이 두루 넓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 때 새로운 환경보다는 내가 편한 개발 환경에 크게 집착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보니... 그래서 교수님이 왤케 자신 없어하냐고 물으셔서 위와 같이 솔직히 말씀드렸다. 그래도 파이썬 기반으로 서버나 딥러닝 프레임워크 구축하는 것은 자신있다고 말씀드렸다.
D: URP에서 레이 트레이싱을 위한 딥러닝을 한다고 되어 있는데, 정확히 딥러닝이 어떠한 방식으로 레이 트레이싱에 적용되는 것인가요?
옆의 교수님께서는 학부연구주제에 대해 많이 질문하셔서, 여기서부터는 아주 맘 편하게 설명드릴 수 있었다. 이미 앞선 면접실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아서 열심히 나의 연구주제에 대해 설명드렸다. 교수님은 계속해서 적용되는 딥러닝에 대해 세부적으로 질문하셨고, 나도 이에 대해서 더욱 설명하였다.
D: 그럼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나요?
예상질문! 현재 각광받지만 실용화되지 못하는 레이 트레이싱을 가속화하면서 성능을 높혀 상용화에 기여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이에 요즘 핫한 딥러닝과 뉴럴 렌더링 등의 방식들을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기존 프레임워크와 융합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게임의 발전에 기여하는 덕업일치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F: 티비에 나왔었네요? 어떻게 나온 건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예상질문목록에 있는 질문이라 이에 맞게 대답을 하였다...! 고등학교때 천문올림피아드 국가대표를 한 것부터 문제적 남자에 출연한 것까지 차근차근 올라갔다.
F: 그럼 천문을 하다가 왜 전산을 하게 되었나요?
역시 예상질문! 여기서는 천체 시뮬레이션이 렌더링과 비슷해서 전산을 공부하면서 렌더링에 관심이 생겼다고 쭈욱 답변일 이어갔다. 뒷 질문들은 원하던 흐름대로 이어져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F: 그럼 천문을 하다가 왜 전산을 하게 되었나요?
결론적으로 두번째 면접실에서는 E교수님의 돌발질문들 때는 꽤 당황했지만, 다른 교수님들 질문은 에상대로 돌아가서 다행이었다...!
세번째 면접실을 대기 시간에 제때 들어가서 15분을 기다리고 면접을 시작하였다.
3차 면접 : G H I 교수
이 면접실에도 교수님 3분이 계셨다. 이 중 H교수님은 그 악명높은 OS 교수님이셔서 아주 잔뜩 긴장을 했다. 혹시나 OS질문을 하실까봐...
H: 자기소개 해주세요
이젠 통달했다
H: 영화랑 게임에 관심이 있어서 그래픽스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먼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게 연구인가요 아니면 영화나 게임 같은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것인가요?
상상도 못했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고 답변을 했다. 우선은 석사로 지내면서 내가 기술적인 연구로 프로덕트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H: 연구랑 학업이랑 무엇이 다른 것 같나요?
이것도 예상 질문이어서 준비를 한대로 말씀드렸다. 연구학개론에서 한 활동들과 URP를 토대로 연구를 소위 "찍먹" 해볼 수 있었고, 그래서 석사 생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I: 선형대수학을 들으셨네요? 전산에서 eigenvector가 어디서 쓰이는지 설명해주세요
I 교수님은 바로 옆에서 전공 질문을 하셨다! 선형대수학 이야기를 꺼내셨을 때는 '제발 요르단 폼만 아니어라 아니어라' 빌었는데 다행히 쉬운 질문을 주셨다. eigenvalue부터 해서 PCA랑 T-SNE 이야기로 이어갔다!
I: 딥러닝 수업들도 들으셨던데, 그럼 dropout과 batch normalization의 역할을 설명해주세요.
대답 못하면 정말 큰일 날 내용들이다. 두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와 효과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G: 티비에 나왔었네요?
이 역시 앞선 면접 때와 같이 대답하였다
G: 어떤 연구를 하고 싶나요?
역시 앞선 면접때와 같이 말씀드렸다
마지막 면접은 진로계획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 질문과 전공 질문들이 좀 있었지만, 면접 자체는 짧게 끝났다.
면접을 보고 나서!
면접을 돌이켜보면, 우선 당혹스러운 전공 질문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매우 다행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의 연구 주제와 향후 연구 계획을 많이 궁금해하셨다. 다행히 이 부분들이 내가 자신있는 부분들이어서 대답하면서 긴장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분야를 잘 아는 분들이 없을 거라는 확신(인기 없는 분야라...)도 자신감에 한 몫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내 연구분야와 향후 계획에 대해서 자신감 있게 말한 것이 면접에서 제일 장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서류를 쓰면서 URP와 렌더링, 티비 출연과 양자 등등의 떡밥들을 던져놓아서 최대한 내가 예상한 질문들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한 부분이 있는데, 다행히 준비한 범위 안의 질문들이 많았다. 물론 돌발 질문들도 있었는데, 나에 대한 평가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으로 합격도 했으니 아마 중요하지 않지 않았을까...
정리는 여기까지 하지만, 혹시 추가적인 질문을 받으면 세부적인 사항들이 더 생각날 수 있으니 아래에 댓글로 남겨주면 잘 대답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