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5/5
복잡한 멀티버스에서 서사를 어떻게 쌓아야 하는가에 실마리를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Part 1. 에 해당하는 영화로서 그 실마리를 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Part 2.인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 가 나오기 전까지 관객들이 충분히 가지고 놀만한 실타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하나의 영화로는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대신 140분동안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공감할 수 있게 했고, 그 과정에서 마지 “제국의 역습”과 같은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좋았다.
지난 작품에서 스타일리시한 카툰 그래픽의 끝판왕을 보여줬는데, 지난 5년간 놀고만 있지 않았다는 듯 더 강렬한 스타일을 뽐내며 시각적으로 압도하였다. 그리고 단순히 압도한 것이 아닌, 서사와 잘 맞물리는 묘사들이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로 황홀했다. 특히, 마지막에 마일즈 theme의 오케스트라 연주와 그웬 theme의 밴드 연주, 그리고 프라울러와 미겔오하라 theme의 사이키델릭한 연주가 어우러지는 디테일들이 너무 좋았다.
내년까지는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만 오매불망 기다릴 예정이다.
여담으로, 나는 해당 영화를 공리주의나 센댈의 실험과 비유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의 갈등은 공리주의의 탈을 쓴 “스파이더맨의 희생” 이기 때문이다. 많은 스파이더맨은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관계를 희생한다. 아직 어린 마일즈는 그런 준비가 안되어있을 뿐. 희생을 통한 성장이 스파이더맨의 상장이라면 상징이기에, 3부작의 끝은 적어도 해피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래도 모든 것에 처음은 있으니까” 라고 하는 마일즈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