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후기] 중경삼림 1부: 이별을 받아들이는 두 주인공

Theme
영화
Type
테마글
Status
Post
분야
중요도
2 more properties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싶다 - 금성무(경찰 223 역)
중경삼림의 1부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발버둥 치는 남자 223과 기분 나쁜 밤을 보내는 한 미약 밀매상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명대사가 나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는 왜 중경삼림은 첫 이야기를 홍콩의 밤에서의 어두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써보고자 합니다.
새벽에 호텔을 떠나는 223. 이렇게 영화는 대부분은 밤 시간대의 건물과 땅, 그리고 인물을 비춥니다.
1부에서의 홍콩은 좀처럼 햇빛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배경은 밤이나 새벽의 어두운 홍콩이고 그나마 멀리서 인물을 조명하는 카메라는 하늘보다는 건물과 거리, 그리고 땅을 보여줍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새벽 감성이라고 하듯이 해가 지고 나서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그 감정에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하늘보다는 사람이 사는 땅과 건물을 주로 보여주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주인공인 경찰 223도 범인을 잡고 겨우 밤이 되어서야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전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자신의 생일이 유통기한 파인애플 통조림을 수집하고, 아는 여자들에게 전화하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지요. 밤이 되면 감정이 깊어지는 것은 우리의 경험과 크게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때의 짝꿍에게도 연락하는 223...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러나 밤에 바빠지는 사람이 주인공을 등장하는데, 임청하가 맡은 여자 마약밀매상이 그렇죠. 밤에 인도인들을 불러 마약밀매를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는데 인도인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말죠. 여자주인공은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쫓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남들은 밤에 휴식을 취하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때, 밀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223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경찰인 남자 주인공과 마약밀매상인 여자 주인공 부터가 아주 상반된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도인들과 마약 밀매를 준비하는 여자주인공
여자주인공은 뒤통수친 인도인들을 쫓아가 화풀이(총질...)하고 쉬기 위해서, 223은 기다리던 본인 생일에도 나타나지 않는 전 여자친구로 인한 외로움으로 술집에 가게 되고 서로 처음 만나게 됩니다. 상반된 둘의 상황답게 처음부터 대화가 잘 안 되지요. 223은 광둥어, 영어, 일본어, 북경어로 '파인애플이 좋아하냐'라고 어떻게 보면 찌질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려고 합니다. 여자는 223이 비로소 북경어로 말하고 나서야 대꾸를 해줍니다. 그러고는 남자는 여자가 혼자 술집에 온 이유를 이별이라 넘겨짚으며 넋두리를 늘어놓습니다. 얼마 뒤 몸도 지친 여자는 223에게 말 그대로 쉬러 가자고 합니다. 그렇게 호텔에서 여자는 곤히 잠을 청하게 되고, 223은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에 호텔을 떠나게 됩니다.
아마 여기서 여자주인공은 오랜만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곤히 잠을 자지 못했는지 여자는 223이 방을 떠나자마자 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전에 술집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눴던 서양 남자에게 총을 쏘며 지금까지 쓰고 다니던 금발 가발을 벗습니다. 영화는 여자주인공의 등장부터 여자의 이 서양 남자가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마 남자는 여자의 직업을 알고 도와주는 역할(?) 일수도 있겠죠. 그러나 여자는 뒷통수를 맞게 되고, 그 시간에 남자는 여자주인공처럼 금발의 가발을 쓴 여자와 몸을 섞습니다. 아마 여자주인공은 이 남자로 인해 밀매 도중 뒷통수를 맞게 되었고, 복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여자주인공이 벗어던진 가발. 가발이란 것을 눈치 못챈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아마 여자주인공은 223과의 대화 덕분에 비로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여자주인공이 배신한 인도인들의 뒤를 쫓을 때 거추장스러운 가발을 왜 벗지 않는지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이 가발은 서양남자에 대한 미련이나 남아있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게 남자와의 이별을 받아들인 여자주인공은 남자를 직접 처단하고 가발을 벗음으로써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네요. 223도 여자주인공이 보낸 생일축하 메세지를 통해 이별의 공허함을 잊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통해 중경삼림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요? 해석이야 자기 하기 나름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어두운 홍콩의 현실과 이에 맞서는 순수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밤에 마약 밀매상으로 활동하면서 배신도 당한 여자주인공이 순수한 남자주인공에 동화되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자주인공은 앞으로도 밀매상으로 활동할까요? 저는 아닐 것 같네요. 이렇게 중경삼림은 홍콩의 어두운 환경에서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는 우리들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고, 이를 2부의 사랑 이야기까지 연결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1부보단 2부가 더욱 인상 깊었는데, 곱씹을수록 1부의 내용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생각이 날 때마다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니다 체로 글을 쓰는 것이 제가 더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서 앞으로 이렇게 글을 쓸 것 같네요. 앞으로도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