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Theme
영화
Type
테마글
Status
Post
분야
중요도
2 more properties
장르가 드라마이기에 전 영화들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와 놀란의 연출이 더욱 빛을 발하는 영화였었다. 전기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고조되는 고란슨의(예란손? 이라고 발음한다던대) 음악과 고뇌를 표현하는 연출이 3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유명 배우들이 튀지 않고 영화에 녹아들어 극을 이끄는 것이 놀라웠다. 그 와중에는 당연히 주연 킬리언 머피의 연기, 그리고 분량은 적지만 확실한 적대감을 느끼게 해준 로다주의 연기가 엄청났다. 킬리언 머피는 남우주연상을 휩쓸지 않을까 싶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분자와 원자, 중성자별과 블랙홀에 대한 오펜하이머의 상상을 시각적으로 표한한 것이었는데, 충분히 신비로우면서 아름다운 시각화였기에 약간의 이과뽕(?)이 차오르게 하였다.
Part 1.을 Fission(분열), Part 2.를 Fusion(융합) 으로 정한 이유를 고민해보았다. 2차대전 이후 오펜하이머를 음해하려는 세력들은 핵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수소폭탄을 지지하는 에드워드 텔러와 스트로스 의원이다. 그런데, 텔러의 말을 빌리면 핵융합을 위해서는 핵분열을 통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분열이 있어야 융합이 있는 것. 2차 대전으로 분열되는 서구 세상을 융합하기 위해, 이 분열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분열을 완성시킨 오펜하이머인데, 그 분열은 다른 융합을 만들었고 이 융합은 결국 나라를 메카시즘으로 다시 분열시킨다.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다.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 완성 이후에 많은 회의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오펜하이머가 겪는 고초들은 그의 모순적이면서 경솔한 행동들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가 공산당과 친분을 꾸준히 유지한 것, 혹은 폭탄이 터진 이후의 발언, 그리고 끊임없는 여색 등. 어떻게 보면 그의 고난은 단순한 메카시즘의 마녀사냥이 아닌 그가 시작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놀란식 연출에 압도되면서도 약간 질려서 두번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하면서 오펜하이머의 고뇌를 다시 한번 체험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