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제일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일 수 있는데, 나는 처음에 크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불법으로 주거침입을 한 여자주인공 때문이었다. 집을 663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자주인공이 663의 마음의 불청객이지만 점점 스며들고 있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663에 대한 여자주인공의 이상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바꾸게 해준 장면이 663의 집이 페이가 틀어놓은 물로 홍수가 났을 때이다. 663은 '이 방은 점점 감정이 생겨난다. 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울 줄은 몰랐다. 사람은 휴지로 끝나지만, 방은 일이 많아진다.'라고 한다. 이별 후 자신의 마음을 흠뻑 젖은 방에 대입하고, 이 방을 치우는 것만큼 마음을 정리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 장면 이후로 페이의 주거 침입은 한껏 대범해지지만, 이상하리만큼 이질적이지 않다. 방은 663의 마음이고, 그곳에 들어가는 페이는 663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호감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90년대의 노래들과 여운이 흘러넘치는 배경음악, 거기에 왕가위의 화려한 미장센이 함께하니 페이의 주거침입은 합법적인 애정표현으로 보인다. 화양연화도 그렇고, 왕가위는 이렇게 사람 간의 보편적인 선을 화려하게 부수는 것 같다.